영화 리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월-E>

뀰잼 2025. 4. 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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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

 

월-E / 애니메이션, SF, 가족 / 2008 .08 .06 / 미국 / 전체 관람가

감독 앤드류 스탠튼

 

 

 

인간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월-E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을 앞세워 인간의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기본적인 바탕에는 SF가 깔려있으므로 가상의 세계를 다루지만, 그 무대의 본 주거지는 '지구'에서 시작된다. 먼 미래, 오염된 지구는 온통 쓰레기들로 덮여있고 자연은 찾아볼 수 없다. 쓰레기를 담아 차곡차곡 쌓는 폐기물 처리용 로봇 '월 E' 만이 홀로 지구에 남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다.

 

월E

 

<월 E>는 '우주에 남겨진 가장 인간적인 존재가 결국은 한 기계'라는 설정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합작품이기도 한 <월 E>는 생생한 지구와 우주, 가상세계를 로봇이라는 개체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로봇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지구와 우주, 인간들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이다. 인간적인 기계가 어떠한 감정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지, 그것에 담긴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월E

지구에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던 월E에게 어느날 '이브'라는 로봇이 등장한다. 월 E는 이브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월 E의 집에는 그가 모은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다. 왜 쓸모없어 보이는 잡동사니를 모으는 걸까? 월 E는 비록 로봇이지만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 남겨진 단 하나의 식물도 소중히 다룰 수 있었다. 위의 사진은 월 E가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식물을 이브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작은 식물이 이브에게 보여지는 순간부터 이 영화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브는 지구에 혹시라도 남아있을 지 모르는 식물을 찾으러온 로봇으로 '액시엄'의 선장에게 식물을 전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때문에 이브의 몸속에 식물이 들어가게 되고, 월 E는 움직임없이 잠만자는 이브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월E

 

이브를 다시 데리러온 기계에 의해 우주의 한공간으로 날아가게된 월 E는 인간들이 살고있는 '액시엄'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기계와 가상이미지에 기대 살아가고 있으며 개인 의자에 앉아 돌아다닌다. 움직일 필요가 없어 팔 다리가 짧고 모두 뚱뚱한, 인간적인 삶이 없어진 최첨단 가상세계의 모습이다.

 

 

월E

 

액시엄의 선장은 이브가 가져온 식물을 보고 지구라는 행성에 관심을 가진다. 선장은 지구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고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세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액시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한번도 가본적 없는 지구가 단지 '예전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쉽게 돌아가리라는 결심을 했다는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선장에게는 액시엄이 고향이자 삶의 터이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지구에 돌아가고 싶을까? 나는 아닐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는 지구가 자신의 환상과는 달리 피폐하고 삭막하다는 것을 알게되자 지구를 다시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다진다.

 

 

월E

위 사진의 기계는 액시엄의 실질적인 지배자 '오토'이다. 오토는 배의 선장을 섬기지만 '식물을 찾더라도 지구로 돌아가지 말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선장의 뜻을 배반한다. 영화에는 액시엄 선장들의 사진이 잠깐 스쳐가는데, 처음 액시엄의 선장이 2105년에 선장을 맡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3년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현재 선장 바로 이전의 선장이 2646년에 선장이 되어 2774년에 그만두었으니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 128년도 넘게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환경오염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와 가까이 있는 무시무시한 문제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실제 100년 후의 환경이 <월 E>에 나타나는 지구의 모습과 같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우리에게도 새싹 한줄기를 소중히 보살펴야 할 시기가 오게 될 것이다.

 

 

월E

 

오토의 방해를 무릅쓰고 식물을 구한 월 E와 이브는 액시엄과 함께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힘겹게 식물을 지키는 과정에서 다치게 된 월 E를 이브가 고쳐주었지만 월 E는 기억을 잃은 상태다. 이브는 슬퍼하며 월E가 그토록 원했던 손잡기를 해준다. 두 로봇의 손이 합쳐지는 순간 월 E의 기억이 돌아오고, 관객들은 그들의 표면 너머 깊숙이 자리잡은 인간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지구 최후의 로봇이 간직하고 있는 인간성이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로봇으로 인해 구출되는 인간, 식물 한줄기가 구한 지구, 인간의 삶을 잃어버린 미래의 인간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의 삶이 과연 먼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강요할 수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지금의 우리도 옛날 원시인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지 않는다. 매번 발전하고 바뀌며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와 방식대로 삶을 영유한다. 그런데 2775년의 사람들이 2013년의 삶의 방식(영화개봉 당시 2008년)대로 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잘못된 일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당연히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그 모든 문제를 다룰 수는 없기에 <월 E>에서는 '기계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들'의 반대에 '21세기의 인간적인 삶'을 놓아두고, 액시엄과 지구의 대립 관계에서 지구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래에 액시엄과 지구중 어느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 의해 판단될 것이다.

 

 

월E

 

지구에 도착한 선장과 사람들이 지구의 모습을 보고 있다. 선장은 월 E와 이브가 지켜낸 식물 한 줄기를 땅에 심는다.

 

월E

 

단 하나의 식물로 인해 지구에는 점점 초록빛이 돌기 시작한다. 비로소 액시엄의 사람들은 지구에서 진정한 인간으로서 한 발을 내딛게 된다.

 

 

월E

 

 

<월 E>를 통해 본 미래의 지구와 인간들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며 동시에 아주 현실적이다. 만약 지구에서 떠난 인간들이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라는 문제를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액시엄 안에서의 삶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편리한 세상,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의해 지배받을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인간은 더이상 자신들이 살아가는 터전의 주인이 아니라 지배체일 뿐이었다. 다만 끝까지 지구에 남아있던 월 E만은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간다. 비록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시행하느라 이브를 쫒아 우주에 나가서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지만, 그러한 월 E의 모습도 늘 똑같은 일상만 되풀이하는 우리 인간들과 닮아있다. 프랑스 작가 빅터 위고(Victor Hugo)는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월 E와 이브는 서로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게 해주는 존재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월 E를 통해 본 지구와 우주, 지금의 우리는 과연 월 E로 살아가는 것일까, 액시엄 속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어느쪽이 되었든 월 E가 소중히 지켜냈던 식물처럼, 그가 인간이 춤추고 노래하는 티비속의 장면을 동경했던 것처럼 우리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소중함만은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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