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동화속 초록 괴물을 만나보자 <슈렉> 분석

뀰잼 2025. 4. 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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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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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처음 개봉한 <슈렉>은 2004년 <슈렉2>, 2007년 <슈렉3>, 2010년 <슈렉 포에버>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전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어린아이나 어른을 가리지 않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로서 입지를 다져온 슈렉은 동화적 가상세계에 살고있는 초록 괴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운다.

이 애니메이션은 모험, 가족, 코미디 등의 장르를 가지며 슈렉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2001년 슈렉1편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최초 수상한 뒤 꾸준히 작품이 탄생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못생긴 주인공 

기존 동화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디즈니사의 캐릭터와 같이 모두 잘생기고 예쁘며, 착한데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묵묵히 해결해 나가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이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되면서 '공주'와 '왕자', '신분이 높은 선남선녀'캐릭터가 대중화 되었고 이러한 캐릭터들이 이른바 '전형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림웍스에서 만든 <슈렉>의 주인공 슈렉은 기존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 못생기고 뚱뚱한 괴물로 등장한다. 이 영화가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차별화 되는 이유는 대중성과 특별함을 동시에 가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인공이 특별하고 고귀한 사람이기를 바라며 그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우러러 보기도 한다. 그러한 캐릭터들에게는 존경심을 가질수 있으나 공감은 얻기 힘들다. 우리가 신데렐라와 인어공주가 힘들어할 때 그들을 동정한다고 해서, 그들이 후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분상승을 이루었을 때 공감을 얻고 함께 기뻐할수만은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이렇듯 디즈니사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캐릭터들을 제치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슈렉은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과 함께 사람들의 감성과 흥미를 자극시킨다.

 

 

<슈렉1>의 이야기

슈렉

 

숲속의 늪지대에 홀로 사는 슈렉의 집에 어느날 동화속 주인공들이 들이닥친다. 슈렉은 화가나서 성의 파콰드영주를 찾아가 자신의 집에 당신이 쫒아낸 동화속 주인공들이 모두 몰려왔다고 항의한다. 결국 파콰드영주가 다시 조용히 살게 해주겠다는 말에 슈렉은 피오나 공주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말하는 당나귀 동키와 함께 불을 뿜는 용이 지키고 있는 성에서 피오나 공주를 구한 슈렉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오나 공주를 좋아하게 된다. 파콰드영주와 피오나공주의 결혼식장에 쳐들어간 슈렉은 피오나공주와 키스를 하고, 피오나공주의 저주가 풀리면서 그녀의 본모습이 돌아오게 된다. 

 

 

<슈렉1>에서 생각해 볼 것 

피오나공주는 자신이 밤에는 못생긴 괴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슈렉과의 진실한 사랑을 이룬 후에 비로소 찾은 자신의 모습은 저주에 걸렸다고 생각한 괴물의 모습이었다. 피오나는 성에 갇혀 있는 동안 자신을 구하러올 왕자를 기다렸다. 그녀가 생각한 왕자의 모습은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듬직하고 멋있는 기사의 모습이다. 즉 피오나는 전형적인 동화적 인물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슈렉이 캐릭터 자체로 기존의 틀을 깨뜨렸듯이 피오나를 구한 사람은 멋진 왕자가 아니라 늪지대에 사는 괴물 슈렉이었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주제가 피오나의 저주와 직결된다. 피오나는 공주로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공주라면 괴물 피오나가 아니라 갈색 머리를 늘어뜨린 아름다운 아가씨라고 생각한다. 피오나 또한 자신의 모습을 전형적인 캐릭터로 생각했고, 그녀의 생각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생각과도 일치했다. 여기에 불쑥 끼어든 인물 슈렉은 비전형적 인물로 피오나공주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모든 것이 '전형적인'이야기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피오나의 본 모습이 슈렉과 닮은 초록 괴물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이 영화는 '아름다운 것이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괴물의 모습이 잘못되고 끔찍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객들은 '저주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뀌어 자신의 모습을 착각하게 되는것'이라는 반전을 받아들이며 '못생겼지만 멋진 괴물'이라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진 슈렉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슈렉

 

또한 원래 피오나공주와 결혼할 인물이었던 파콰드영주의 모습이 키가 작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파콰드영주가 잘생기고 늠름한 캐릭터였다면 관객들은 피오나가 슈렉과 이어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그래도 슈렉과 이어지길 원해'라는 동정심을 가졌을 관객마저도 예쁜 피오나 공주가 잘생긴 왕자와 결혼하기를 원했을 것이고, 때문에 영화는 관객들이 슈렉과 피오나의 사랑을 수용할 수 있도록 파콰드영주를 못생기고 못된 성격의 캐릭터로 설정했다.

하지만 피오나 공주를 탐하는 잘생긴 왕자 캐릭터를 <슈렉2>편에 심어놓음으로써 못생긴 슈렉이 피오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슈렉2>의 이야기

슈렉

 

 어린 시절 저주에 걸린 피오나를 어쩔 수 없이 탑에 가두어야 했던 '겁나 먼 왕국'의 왕과 왕비는 피오나와 슈렉을 성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겁나 먼 왕국의 국민들이 본 공주와 그녀의 남자는 초록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왕은 슈렉을 싫어하는 요정 대모의 작전에 휘말려 슈렉과 피오나를 헤어지게 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요정 대모의 아들인 챠밍 왕자 또한 피오나를 가지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챠밍 왕자는 자신이 슈렉이 변한 모습이라고 속여 피오나와 함께 하려 하지만 슈렉은 동키와 진저브래드맨, 새로 등장한 '장화신은 고양이' 등의 인물들이 합심하여 피오나를 구한다. 둘은 자신의 본래 모습인 초록 괴물로 행복하게 결혼 축하연을 즐긴다.

 

 

<슈렉 2>에서 생각해 볼 것

슈렉

 

자신의 딸과 그의 남편이 괴물의 모습이라며 싫어했던 헤롤드왕의 본래 모습은 개구리이다. 또한 겉만 번지르르한 챠밍 왕자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실속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닮은 인물들 속에서 슈렉은 약을 마시고 잘생긴 남자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결국 피오나와 슈렉이 택한 것은 본래의 괴물이었다. 우리는 과연 그들을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슈렉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보다 키가 작고 피부가 초록색이 아닌 인간들의 모습 또한 괴물과 다를 바 없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인간들 속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슈렉의 모험은 어린이들에게는 환상과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조금 씁쓸한 현실을 안겨주고 있다.

동화는 늘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지 우리는 알길이 없다. 그러나 <슈렉2>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된 이후에는?'이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어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성장하는지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슈렉3>의 이야기

슈렉

 

둘만의 평온한 생활을 누리고 있던 슈렉과 피오나는 해롤드 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슈렉과 피오나가 왕위를 계승해 겁나먼 왕국을 이끌어가야 하지만 슈렉은 그런 생각조차 하기가 싫다. 하는 수 없이 슈렉은 동키와 장화신은 고양이와 함께 왕위 계승 서열의 다음 차례인 피오나의 먼 친척 '아더'를 찾아 떠나게 된다. 슈렉이 없는 동안 챠밍 왕자는 겁나 먼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피오나는 동화속 공주들과 함께 왕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국 슈렉은 아더왕자를 무사히 데리고 와 챠밍 왕자를 무찌르고, 둘 사이에 예쁜 아기들이 태어나면서 다시 평온한 생활로 되돌아간다. 

 

 

<슈렉3>에서 생각해 볼 것

슈렉에게 겁나 먼 왕국의 왕이 되라고 하지만 슈렉은 거절하며 저항한다. 우리에게 높은 신분과 지위가 주어진다면 과연 단박에 거절 할 수 있을까? <슈렉>에서 왕이 된다는 것은 마치 현실 세계에서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누릴 수 있으며 보잘것없는 늪지대에서 으리으리한 성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슈렉은 조용한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피오나와 둘이 평온하게 살고 싶어하며 권력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신 가난한 소년 아더를 왕으로 만들어주는데, 여기에서 '신데델라'적 스토리가 엿보인다. 가난한 소년이 어느날 왕의 친척임을 알고 순식간에 왕이 되는 것. <슈렉3>은 어느정도의 '동화적 이야기'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으며 동화적 요소를 더욱 분명히 삽입했다. 피오나와 함께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푼첼을 등장시켰고 피노키오, 빨간모자의 늑대, 아기돼지 삼형제 등 동화적 캐릭터의 역할을 전편보다 많이 부여했다. 이것은 <슈렉>에 명작동화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명작동화'로 인식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또한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못된 성격이나 우스꽝스럽게 표현함으로써 비꼬는 경향도 드러내는데, 패러디와 풍자를 적절히 섞어 <슈렉>만의 색을 탄생시켰다. <슈렉>(전 시리즈 포함)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스릴있는 모험담을 '동화 슈렉'이라는 범위에서 색다르게 해석해 그려냈다.

 

 

<슈렉 포에버>의 이야기

슈렉

 

슈렉은 귀여운 세쌍둥이와 피오나와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지겨워진다. 슈렉은 예전의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고, 악당 럼펠에게 속아 악마의 계약을 하고 만다. 슈렉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되돌아가 그곳에서 피오나와 동키, 장화신은 고양이를 만난다. 하지만 그들은 슈렉을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 럼플은 슈렉이 태어나던 과거의 날을 없애버렸고,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로 이 상황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럼플이 겁나 먼 왕국의 주인이 되어 동키, 피노키오 등의 친구들이 성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있으며,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된 슈렉은 럼플에 궁에 뛰쳐들어가 럼플을 잡는데 성공한다. 다음날 슈렉의 몸이 차츰 없어지기 시작할때 피오나가 슈렉에게 입맞추자 주위의 세상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슈렉은 다시 평범한 일상의 생일파티 현장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자신을 깨닫는다.

 

 

 <슈렉 포에버>에서 생각해 볼 것

슈렉

 

슈렉이 태어나지 않은 세상에서의 피오나와 동키,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은 제각각 슈렉이 살았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살아가고 있었다. 피오나는 아이를 돌보았던 엄마에서 강인한 여전사로, 날렵하고 꾀많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뚱뚱하고 현실에 안주해 편안히 살아가는 무력한 고양이로, 늘 자신을 따라다니며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 동키는 자신을 싫어하고 꺼려하는 그저 평범한 당나귀로 변해있었다. 슈렉은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자신이 살았던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도 슈렉을 알지 못하는 세상 또한 잘못된 세상이 아니다. 슈렉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실제로 피오나와 장화신은 고양이, 동키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슈렉으로 인해 사랑을 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고 우정을 나누었던 이들은 슈렉의 진심을 알게 되고 다시금 그를 사랑하게 된다.

우리는 늘 과거의 어떤 선택을 후회한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에 만족하지 못한 채 늘 일탈과 현실도피를 꿈꾼다. <슈렉 포에버>는 그런 우리들에게 '진짜 행복은 바로 네 옆에 있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이뤄왔던 인생의 작은 부분들이 모두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만든다. 슈렉이 가짜세상에서 진짜세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그가 늘 행복하게 산다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어쩌면 또다른 위기와 위험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렉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모두 그에게 모든 역경을 헤쳐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슈렉에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문장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슈렉의 삶과 우리들의 삶은 그렇게 간단한 문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슈렉>을 되돌아보며

슈렉

 

 

<슈렉>이 보여주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세상은 꼭 우리들의 세상과 닮아있다. 우리는 어쩌면 바로 옆에 있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슈렉이 사는 세상만을 꿈꾸며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괴물 슈렉에게 자신을 대입하게 되고 그를 응원하며 함께 모험을 즐긴다. 우리가 슈렉에게 공감하고 힘찬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던 삶이 바로 슈렉의 삶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멋진 친구들과 모험도 떠나며 언제나 자신이 돌아올 보금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환상적인 세계. 그 세계야 말로 모든 이들이 살고 싶은 행복한 세상이다. 우리는 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와 같이 끊임없이 행복을 갈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이 슈렉이 겪는 모험, 슈렉이 가진 진정한 행복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서 <슈렉>의 세상과 우리의 세상이 틀리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말하는 당나귀와 칼 쓰는 고양이가 곁에 없을 뿐이다. 더 열심히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고 싶다면, 못생긴 괴물의 멋진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슈렉>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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